왜 마케팅 학위는 점점 매력이 없어지고 있을까?

왜 마케팅 학위는 점점 매력이 없어지고 있을까?

왜 마케팅 학위는 점점 매력이 없어지고 있을까?  (Written by 박세정)

사실 이 제목은 디지털 마케팅 전문가로 유명한 마크 쉬페 (Mark Schaefer)가 쓴 포스팅 제목이다. 참고로 그의 글은 디지털 마케팅 전문가들이 많이 읽는다.

나는 가끔씩 강연을 가면, 약간 머리가 희끗희끗한 분들이 조금 난해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좀체 이런 일은 없는 데, 왜 그러실까 궁금했다. 강연에 감동한 것도 아닌 듯 하고 그렇다고 매우 실망한 것도 아닌 듯한 묘한 감정의 선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물어 보았다.

‘혹시 제 강의에 잘못된 부분이 있나요?’

‘아뇨, 걱정이 되어서 그렇습니다. 학생들에게 어떻게 당신 얘기를 전달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그는 마케팅 학과 교수였다.

나는 대기업에서 후배들을 꽤나 뽑았다. 조직이 커질수록 더 많이 뽑아야 한다. 가끔씩 기준이 왔다갔다 했지만, 한가지 분명 한 것이 있었다. 철두철미 하게, 우리 팀에 유리한 사람에게 가장 높은 가산점을 주었다. 회사에서 10년 뒤를 내다볼 인재를 찾는 지 모르지만, 10년은 나에게, 우리 팀에게 너무 멀었다. (그런데 요즘 그런 장기적 관점을 가진 기업이 있을지 모르겠다)

지금 다시 현업에 돌아 간다면, 나는 누굴 뽑을까?  만약 3명을 뽑아야만 한다면, 나는 아마도 디지털 마케팅 전문가, 데이터 과학자, 크리에이티브 디자이너를 뽑을 것이다. 그리고 계속 서로의 분야를 이해하고 융합해서 일하도록 유도할 것 같다. 데이터 전문가가 크리에이티브 전문가처럼 변화해 가기는 너무나 도전적이지만, 이런 협업적 도움이 지금의 마케팅 조직에 매우 큰 도움이 된다. 만약에 보스가 한 명만 더 뽑게 해준다면, 킴블리 클락처럼 마케팅 테크놀로지스트 (Marketing Technologist)를 뽑겠다. 마케팅의 “마” 경험도 없는 IT팀장의 굳은 벽에 매일 계란을 더 지는 것 보다, 두 분야를 경험한 친구를 옆에 두고 싶다.

지금의 디지털 변화는 마케팅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있다. 나는 마케팅 책을 손에서 놓은 지 꽤나 오래되었다. 원론적 내용은 사상적인 측면이 있어서 분명 도움이 되지만, 많은 사례와 이론들은 너무 낡아서,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맞지가 않는 것 같다. 이 책들은 왜 수많은 기업들이 디지털 마케팅을 하고 있고, 데이터 기반의 마케팅을 배우는 지 설명하지 못한다. 마케팅 자동화 (Marketing Automation)이나 광고 자동화 분야의 프로그래메틱 구매(Programmatic Buying) 같은 컨셉은 5년전만 해도 미국 시장에서도 거의 잘 알려져 있지도 않았다. 어쩌면 이런 해괴한 단어를 접하는 상아탑에서는 아마도 그냥 IT Tool로 생각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제 많은 글로벌 기업들과 성공한 스타트업에서 이런 해괴한 컨셉과 도구들로 마케팅을 하고 있는 것을 믿을지 모르겠다. 미국 회사들은 채용 시에 지금의 시장에서 요구하는 이런 마케팅 도구, 예를 들면 어떤 마케팅 소프트웨어를 다룰 줄 아는지 먼저 보는 시대이다.

산업 전선에서 마케팅 팀장이 찾는 인재와 학교가 배출한 새내기들의 갭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메꿀 수 없이 커져 가는 것 같다. 디지털의 변화는 이미 조직에 있는 대리.과장급에게도 새롭기 그지 없는 데, 학교는 과연 무엇을 가르치고 있을까? 이런 추론 때문인지 강연을 할 때, 잘나가는 기업들의 실제 마케팅 모습을 보여주면, 그 난해한 눈빛의 근원을 쉽게 유추할 수 있게 된다.

학교에서 배우는 마케팅의 4P, 마케팅 채널, PR, 마케팅 리서치 이론등은 현재 시장에서는 너무 동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분야의 이론들은 1990년대, 혹은 심지어 1960년에 정립되어 온 것도 있다. 과거에 전통적인 방식에서는 제품을 기획하고 마케팅 채널 전략을 짜던 것은 지금의 시장에는 거의 맞지가 않다. 전 IBM CMO였던 주철휘 박사는 이제 제발 4P는 잊어세요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인텔은 수퍼볼에 쏟는 돈을 디지털에 쏟아 붙고 있고, 거대한 하나의 나이키의 광고는 수십 수백개의 마이크로 마케팅으로 쪼개져서 다양한 타겟에 돌아가고 있다. 도요타는 AI를 도입해서 광고 크리에이티브를 만들고 있다.

마케팅 플랜을 짜고 실행하고 효과를 측정하던 방식이 몇 달 걸리던 것들이 이제는 몇 일… 심지어 하루 혹은 디지털에서는 실시간 일어난다. 마케팅 책에서는 그로스해킹, 린마케팅, 리타겟팅 그리고 퍼널 마케팅을 가르쳐 주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수많은 인재들을 다시 시장에서 재교육을 시키고 있고, 이 교육 사업이 돈을 벌고 있기도 하다.

과거에는 약간의 직장 현업 경험 후에 마케팅 박사학위를 받고, 교단에서도 충분히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고, 수많은 케이스 스터디를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간혹 마케팅 이론가나 구루도 이론의 함정에 빠져있지 않나 의심이 든 적도 있었다. 나는 2005년 삼성전자에서 컨설팅 업무를 하고 있을 때, 필립 코틀러의 B2B 마케팅 책을 읽다가 어안이 벙벙한 적이 있었다. 삼성전자의 B2B 마케팅을 설명한 부분이었다. 그때 바로 그 일을 하고 있어서, 정말 알고나 썼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던 지금의 시장은 학생들이 학점을 따기 위해서 이론을 외우긴 하겠지만, 실제 일어나는 일들을 정말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정규 과정에 실무 얘기를 많이 듣는 커리큘럼이 많아야 하는 이유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현실 세계에서 마케팅은 마케팅 학과 출신만 뽑는 것도 아니고, 진입 장벽도 없다. 오히려 디자이너, 공학, 통계, 심지어 컴퓨터 사이언스 학과 혹은 커리어 출신들이 마케팅을 알 때, 또 그들이 마케팅 팀에 합류할 때, 더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미 그것은 현실화 되어 있다. 유명한 산업디자이너 존 마에다는 디자이너들이 프로그래밍을 배우고 마케팅 기술을 배우는 것이 얼마나 촉망받는가라는 강연을 한 적이 있다. 디지털은 너무나 파괴적이다. 학교에서의 육은 교육 그 자체의 문제를 넘어서, 뭔가 자각하기도 전에 디지털이 몰고 있는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빠른 것도 이슈다.

 나의 글이 냉소적으로 들리기 보다는, 시장과 좀 더 프렌들리 하게 교육을 받고 경쟁력을 갗추는 것이 비싼 돈 내고 공부한 젊은 친구들에게 유리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분이 사회에 진출하기 전의 학생이라면, 이미 정보는 넘쳐나니, 현실에서 일어나는 정보를 많이 읽어 보면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리고 마케팅 울타리를 넘어서, 디자이너와 프로그래머들과 친하게 지내길… 그들이 당신의 자리를 뺏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좋은 친구일 지 모른다.